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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리포트]날 보러와요 감상평

Happy_john.11 2022. 9. 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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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일 난생 처음으로 대학로의 아룽구지 소극장이란 곳을 찾아가 영화‘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날 보러와요’를 관람하게 되었다. 이전에 영화를 재밌게 본터라, 연극이 영화와 비슷하다면, 괜히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곧 소극장에 들어갔을 때 소재가 비슷하다고 영화와 연극이 같을 것이라는 어설픈 지식으로 짐작을 한 내가 어리석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와 연극의 본질적은 차이에 대해 교수님으로부터 매시간 강의를 들었으면서도 막상 내가 경험하기 전까진,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티켓을 끊고 관람석으로 입장하는 순간, 눈앞으로 경찰서 내부로 보이는 과거 철책상과 요즘의 오디오만한 라디오, 그리고 취조실로 보이는 곳엔 진회색의 콘크리트 벽이 보였다.‘아~ 이곳이 배우들이 연기하는 공간이구나.. 과연 배우들이 이 협소한 공간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목소리가 잘 들리긴 할까?, 혹시나 실수를 하진 않을까..’하는 생각들이 들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그러곤 곧 자리를 잡고서, 무대의 갖가지 소품들과 자리의 배치, 그리고 조명들을 살펴보고,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서 매 장면, 장면을 훌륭하게 소화해 낼 수 있을지 나름대로의 추리를 해보았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다. 몸이 망가져서, 풍에 걸린 듯한 김반장과, 아직 누군지 모르는 한 여인이 사진을 찍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배우들의 움직임, 목소리의 진동이 너무나도 생생한 울림으로 다가와서, 처음의 그 떨림이 더 심해져서 영화완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사진을 찍고, 모든 관객들은 과거의 시간으로 끌고 간다. 그 후, 그렇게 난,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연극에 푹 빠진 채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곤 공연이 끝나고, 난 열과 성을 다해 연기한 배우들에게 계속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무대 공간은 경찰서 내부와 취조실.. 이 두 배경만 가지고 내용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구성이 돋보였다. 영화에서는 장면이 전환되고, 그 후에 같은 공간이 그려지더라도, 전혀 새로운 분위기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에 비해, 연극의 무대 공간엔 형사들의 미묘한 갈등과 그 와중에 사랑타령을 하는 미스김의 로맨스도, 그리고 박형사의 그 유들유들함.. 그런 것들이 뒤섞여 전혀 다는 공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래서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또한 수사가 진척되면 될수록 미궁에 빠지는..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칠데로 지쳐버린 형사들의 내면,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잔잔히 흐르고, 캐비넷이 활짝 열리며, 울리는 범인의 잔인한 웃음.. 그리고 정신분열.. 그들의 내면을 잘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의 다른 배경, 살인이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굳이 보지 않아도 최조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상상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보여주는 듯한, 관객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유도해서, 똑같은 연극을 보면서도 각자 다른 체험을 하게 한다는 것이 매우 좋았다. 무릇 오히려 너무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사람의 상상력 또한 그 영상에 국한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 속에서 유독 범인의 역할만 일인 다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가난한 연극이기 때문에, 비용절감적인 면에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이 안에 범인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더 섬뜩했다. 형사들의 확실한 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져버리는 증거들.. 난 그 장면에서 법이 그를 처벌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그를 벌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대에 올라가 사악하게 비웃고 있는 범인의 멱살을 잡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당시 형사들은 오죽했을까? 범인은 그만큼, 너무나도 잔인했고, 똑똑했다.

 처음의 티켓을 끊으며, 제일 처음으로 판매하시는 분께 물어본 것이“공연이 몇 시간이나 되죠?”였다. 그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전하고 싶고, 좋은 작품을 저렴하게 관극하게 해주신, 그리고 연극에 관심을 갖게 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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